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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名犬)에 얽힌 스토리텔링: 가나 사바나 도그 – 떠나지 않는 위로

by 도그러브 다이어리 202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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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이후에 남은 빈자리

가나 북부의 사바나 지대는 계절마다 표정이 달라집니다. 우기가 끝난 직후에는 풀잎이 바람에 파도처럼 흔들리고, 건기가 닥치면 대지는 다시 황금빛 모래처럼 말라갑니다.


이곳의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에 익숙했지만, 마음의 상실만큼은 결코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병원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었고,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가족은 그 작은 움막 안에서 그녀의 마지막 숨결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소년은 어느 누구에게도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을의 우물가 근처에 앉아 해가 질 때까지 부서지는 빛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다가와 등을 토닥여주어도, 아이들은 함께 놀자고 손을 잡아도, 소년의 눈빛은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과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듯했습니다. 그의 고요는 슬픔이 아니라, 슬픔조차 말할 힘을 잃은 침묵이었습니다.

 

가나 사바나 도그 이미지 – 떠나지 않는 위로


조용히 다가온 존재

어느 날 소년은 우물가의 커다란 돌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옆에, 한 마리의 개가 조용히 걸어와 앉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개를 가나 사바나 도그라고 불렀습니다. 주인이 없이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종 견입니다.

 

개는 소년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손을 핥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옆에 조용히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소년은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습니다.


그러나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개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그의 곁에 앉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말 없는 인사 같았습니다.
“나는 여기 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그 순간 소년은 처음으로 자신이 감춰둔 감정을 누군가가 조용히 알아차린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며칠이 지난 어느 저녁, 소년의 손등 위로 작은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마을 초입에 작은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움막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그대로 우물가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왜인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움직일 힘도, 마음도 없었습니다. 그때 그 개가 조용히 일어나 소년 앞에 서더니 천천히 몸을 기울여 소년의 무릎에 등을 기댔습니다.

 

소년은 그 작은 체온을 느꼈습니다. 그 온기는 위로나 동정이 아니라, 그저 존재 그 자체의 따뜻함이었습니다. 그 온도에서, 소년은 처음으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않았습니다.


빗소리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가 옆에서 끝까지 함께 울어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개는 젖은 몸으로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소리 하나 내지 않았습니다. 떠나지 않았습니다.

 


돌봄이 아니라 ‘머무름’이 만든 치유

비가 그친 뒤에도 개는 소년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우물가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 때도 함께했고, 다음 날 아침에도 소년이 밖으로 나서자, 잠시 몸을 일으켜 그 옆을 걸었습니다. 어른들은 말했습니다.

“저 개가 아이를 지켜보고 있구나.”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습니다. 소년이 개를 기른 것이 아니라, 개가 소년의 마음 곁에 머물러 준 것이었습니다. 그 개는 밥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손짓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가 멈춰 서면 함께 멈추고, 잠시 앉으면 곁에 앉았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위로’를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개는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존재 자체로 증명했습니다.

“나는 네 곁에 있다.”
“너를 이해한다.”
“그래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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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은 마음이 만들어낸 변화

몇 주가 흐른 뒤, 소년은 다시 친구들과 조금씩 말을 섞기 시작했습니다. 우물가에 앉던 시간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개는 여전히 소년을 따라왔습니다.


이제는 거리를 둔 동행이 아니라, 감정이 닿아 있는 ‘함께 걷기’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는 개를 통해 세상으로 돌아왔구나.”

 

소년을 일으킨 것은 조언이 아니었고, 위로의 말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떠나지 않은 존재의 시간이었습니다.


💬 맺음말 – 소유되지 않아 더 깊었던 사랑

가나 사바나 도그는 누군가의 것이 아닌 대신, 누군가의 이 되어주는 개입니다. 그들에게 충성은 복종이 아니라 머무름,
사랑은 표현이 아니라 존재, 동행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 속에서 상처받은 인간은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는 먹을 것을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머물 자리를 스스로 선택해서 왔다.”

 

이 개는 돌봄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빈자리를 채워준 ‘떠나지 않는 위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