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땅을 지키는 개
사헬 지대의 해가 지고, 별빛이 마을 지붕 위로 떨어질 즈음, 마을의 개들은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어떤 개는 움막 옆에, 어떤 개는 마을 입구에, 또 어떤 개는 우물가 돌그늘에 몸을 말고 눕습니다.
이 개들은 누구의 소유도 아닙니다. 누군가 사 온 것도 아니고, 훈련받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을의 경계는 이들이 지킵니다.
사람들이 자고 있는 동안, 그들은 그림자처럼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바람의 냄새와 발자국의 방향을 읽습니다. 이들은 세네갈 파리아 도그, 사람 곁에 있으나 사람의 소유가 아닌, ‘공동체와 함께 존재하는 개’입니다.
“누구의 개도 아니지만, 모두의 개”
서부 아프리카 전통 사회에서 개는 특정 개인의 재산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소유되는 존재가 아니라 공존의 파트너였습니다.
그래서 이 개는 목줄을 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영역을 선택했고, 스스로 위험을 감지했으며, 마을 사람들이 무언가를 맡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역할을 발견해 낸 존재였습니다. 마을 노인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그 개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개가 우리 곁에 머물러주는 것이다.”
그 말 속에는 ‘소유가 아닌 선택’이라는 희귀한 관계가 담겨 있습니다.
밤이 되면 시작되는 ‘보이지 않는 수호’
이들이 가장 빛나는 시간은 해가 진 뒤입니다. 낮 동안 이들은 조용히 마을과 함께 어울리며 아이들과 뛰놀고, 주인 없는 그릇의 남은 음식을 먹고, 강변의 그늘 아래서 낮잠을 법니다.
그러나 어둠이 내려오면, 이 개들은 경계자로 변합니다. 낯선 발자국이 스치거나 하이에나, 작은 표범 같은 맹수의 냄새가 나면 그들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경고음을 냅니다.
짖음은 많지 않지만 그 한 번의 낮은 울림에는 진짜 위험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이 내는 소리는
“다가오지 마라”가 아니라 “이곳은 내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라는 선언입니다.
주인 대신 ‘마을 전체’를 지키는 충성
세네갈 파리아 도그는 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충성은 단수(1)형이 아니라 복수(多)형입니다. 그들이 지키는 것은 집이 아니라 공동체의 울타리, 한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생존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폭우 속에서도 마을 입구에서 자리를 뜨지 않으며, 밤이 깊어도 마지막 사람의 등불이 꺼질 때까지 자리를 지킵니다.
떠나지 않는 이유 – 먹을 것 때문이 아니라 ‘신뢰’ 때문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면, 이 개들은 길거리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존을 선택한 반자립형 동행자입니다.
그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밥 때문이 아닙니다. 머물도록 가둬놓았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들은 이곳이 안전하고, 함께할 가치가 있는 장소라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서구적 개념의 ‘반려견’보다 더 근원적인 공존 관계의 원형입니다.
💬 맺음말 – 자유로운데 떠나지 않는 이유
세네갈 파리아 도그는 누군가에게 길러진 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를 ‘선택한 개’입니다. 그들의 충성은 복종이 아닌 머무름으로 증명되고, 그들의 헌신은 명령이 아닌 자발성에서 비롯됩니다.
“주인이 없다는 것은
그 어떤 울타리보다 넓은 신뢰 속에 있다는 뜻이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이 개는 가장 야생적이면서도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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