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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名犬)에 얽힌 스토리텔링: 세네갈 파리아 도그 – “마을이 기르는 개, 자유로 태어난 수호자”

by 도그러브 다이어리 202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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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땅을 지키는 개

사헬 지대의 해가 지고, 별빛이 마을 지붕 위로 떨어질 즈음, 마을의 개들은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어떤 개는 움막 옆에, 어떤 개는 마을 입구에, 또 어떤 개는 우물가 돌그늘에 몸을 말고 눕습니다.

 

이 개들은 누구의 소유도 아닙니다. 누군가 사 온 것도 아니고, 훈련받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을의 경계는 이들이 지킵니다.


사람들이 자고 있는 동안, 그들은 그림자처럼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바람의 냄새와 발자국의 방향을 읽습니다. 이들은 세네갈 파리아 도그, 사람 곁에 있으나 사람의 소유가 아닌, ‘공동체와 함께 존재하는 개’입니다.

 

세네갈 파리아 도그 이미지 – “마을이 기르는 개, 자유로 태어난 수호자”


“누구의 개도 아니지만, 모두의 개”

서부 아프리카 전통 사회에서 개는 특정 개인의 재산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소유되는 존재가 아니라 공존의 파트너였습니다.

그래서 이 개는 목줄을 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영역을 선택했고, 스스로 위험을 감지했으며, 마을 사람들이 무언가를 맡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역할을 발견해 낸 존재였습니다. 마을 노인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그 개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개가 우리 곁에 머물러주는 것이다.”

 

그 말 속에는 ‘소유가 아닌 선택’이라는 희귀한 관계가 담겨 있습니다.


밤이 되면 시작되는 ‘보이지 않는 수호’

이들이 가장 빛나는 시간은 해가 진 뒤입니다. 낮 동안 이들은 조용히 마을과 함께 어울리며 아이들과 뛰놀고, 주인 없는 그릇의 남은 음식을 먹고, 강변의 그늘 아래서 낮잠을 법니다.

 

그러나 어둠이 내려오면, 이 개들은 경계자로 변합니다. 낯선 발자국이 스치거나 하이에나, 작은 표범 같은 맹수의 냄새가 나면 그들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경고음을 냅니다.

 

짖음은 많지 않지만 그 한 번의 낮은 울림에는 진짜 위험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이 내는 소리는
“다가오지 마라”가 아니라 “이곳은 내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라는 선언입니다.


주인 대신 ‘마을 전체’를 지키는 충성

세네갈 파리아 도그는 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충성은 단수(1)형이 아니라 복수(多)형입니다. 그들이 지키는 것은 집이 아니라 공동체의 울타리, 한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생존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폭우 속에서도 마을 입구에서 자리를 뜨지 않으며, 밤이 깊어도 마지막 사람의 등불이 꺼질 때까지 자리를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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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는 이유 – 먹을 것 때문이 아니라 ‘신뢰’ 때문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면, 이 개들은 길거리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존을 선택한 반자립형 동행자입니다.

 

그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밥 때문이 아닙니다. 머물도록 가둬놓았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들은 이곳이 안전하고, 함께할 가치가 있는 장소라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서구적 개념의 ‘반려견’보다 더 근원적인 공존 관계의 원형입니다.


💬 맺음말 – 자유로운데 떠나지 않는 이유

세네갈 파리아 도그는 누군가에게 길러진 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를 ‘선택한 개’입니다. 그들의 충성은 복종이 아닌 머무름으로 증명되고, 그들의 헌신은 명령이 아닌 자발성에서 비롯됩니다.

“주인이 없다는 것은
그 어떤 울타리보다 넓은 신뢰 속에 있다는 뜻이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이 개는 가장 야생적이면서도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존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