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는 용기, 이동하는 삶을 지킨 그림자
나일강 상류, 수단 북부의 모래바람이 일어나는 사막 지대는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 땅입니다. 태양이 있을 때는 뜨겁고 황량하지만, 해가 지고 달이 뜨면 깊고 끝없는 고요가 내려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늘 이동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강이 범람하면 더 높은 지역으로, 풀과 물이 줄어들면 더 먼 강가로. 정착이 아닌 “옮겨가는 삶”이 일상이었습니다.
그 여정의 끝마다, 언제나 함께 머무르던 존재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수단의 누비안 사막견입니다. 이 개는 사람을 소유하지 않았고, 사람도 이 개를 소유하지 않았습니다.

사막의 바람 속에서 시작된 동행
이 개는 사람을 소유하지 않았고, 사람도 이 개를 소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 무리의 곁”에 있었습니다. 누가 주인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충성은 특정 인물이 아닌 “공동체 전체”를 향했기 때문입니다.
사막은 예측 불가능한 곳입니다. 밤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람 소리, 서서히 다가오는 맹수의 냄새, 땅 아래 스며드는 발소리. 그 어떤 것도 사람보다 이 개가 먼저 눈치챘습니다.
누비안 사막견은 크게 짖지 않았습니다. 위험 앞에서 소리로 경고하지 않고, 몸의 방향과 움직임으로 사람에게 신호를 보냈습니다. 개가 바라보는 방향이 곧 위험이 있는 방향이었고, 그 한 걸음의 움직임이 공동체의 안전을 대신 책임졌습니다.
이들은 ‘지시’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스스로의 판단으로 움직였습니다. 그 판단의 기준은 오직 하나,
“함께 걷는 무리가 다치지 않도록.”
그래서 이들은 늘 앞에서 이끄는 개가 아니라, 옆과 뒤에서 ‘보호하는 개’로 남았습니다.
명령이 아니라 ‘함께 있음’으로 증명된 충성
한밤, 사람들은 불을 피워 몸을 녹였지만, 누비안 사막견은 불 옆에 눕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바깥, 조금 더 어둠 쪽에 앉아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위험을 바라봤습니다.
그들은 추위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잠을 대신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이 밝아오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사람 곁으로 돌아와 다시 이동을 준비했습니다. 이동하는 삶은 곧, 이 개들이 ‘끝까지 함께 이동한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종종 고대 수단 지역의 사구 묘지(모래 언덕 무덤) 에서 인간의 유골과 개의 유골이 나란히 묻힌 흔적을 발견합니다. 이는 한 사람의 개가 아닌, “그 무리의 영혼을 끝까지 지킨 존재”로서 마지막까지 곁에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누비안 사막견은 우리에게 충성을 보여주는 법을 가르친 개가 아닙니다. 그 대신 ‘지켜본다는 것의 의미’ 를 남긴 개입니다.
반려는 떠나지 않는 마음의 다른 이름
오늘 우리는 반려견을 집 안에서 기르고, 정해진 공간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사막견이 보여준 반려의 원형은 다릅니다. 곁에 있는 자리가 아니라, 곁을 지키는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그 마음이 있었기에 삶의 이동이 두렵지 않았고, 그 마음이 있었기에 잠들어 있을 수 있었으며, 그 마음이 있었기에 이 개는 이동의 끝까지 함께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누비안 사막견이 남긴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반려는 소유가 아니라, 끝까지 함께 있으려는 결심이다.”
그 결심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개는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사람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서, 희망이라는 불빛이 꺼지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지켜본 존재였습니다.
우리는 이 개를 통해 다시 알게 됩니다. ‘사랑’의 시작은 다가옴이 아니라, 떠나지 않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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