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새벽, 편의점 불빛 아래에서

새벽 다섯 시의 공기는
낮보다 더 차갑다.
사람들이 아직 꿈속에 있을 때,
세상은 가장 솔직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시간,
동네 편의점 앞에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눈은 많이 오지 않았다.
대신 바람이 날카로웠다.
강아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면 더 추워질 것 같아서.
편의점 문이 열렸다.
따뜻한 공기가 잠깐 흘러나왔다가
곧 닫혔다.
강아지는 고개만 살짝 들었다.
누군가 나왔다.
두툼한 외투를 입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잠시 서서
강아지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놀람도, 동정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 본 것 같은 눈빛이었다.
강아지는 도망가지 않았다.
짖지도 않았다.
도망칠 힘도,
짖을 마음도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여기 있어도 될까요.”
할아버지는 주머니를 뒤졌다.
따뜻한 우유 하나를 꺼냈다.
뚜껑을 열어
바닥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마셔라.”
짧은 한마디.
강아지는 바로 다가가지 않았다.
먼저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신발을 잠깐 올려다봤다.
그 눈빛은
묻는 눈빛이었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강아지는 조금씩 다가와
우유를 핥기 시작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그 온도.
새벽 공기 속에서
그 온도는 작지만 분명한 위로였다.

우유를 다 마신 강아지는
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 몰랐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잠시 서 있었다.
눈이 조금 더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몸을 굽혔다.
“같이 갈래?”
그 말은
명령이 아니었다.
제안도 아니었다.
그저
혼자보다 둘이 낫지 않겠냐는
낮은 목소리였다.
강아지는 한 발 다가왔다.
그리고 멈췄다.
세상은 그동안
그 아이에게 많은 것을 약속했다가
지켜주지 않았다.
그래서 강아지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기다렸다.
새벽은 조용했고,
눈은 천천히 쌓였다.
그 사이에서
강아지가 먼저 다가왔다.
아주 조금.
그리고
할아버지의 신발 옆에
몸을 붙였다.
그날,
편의점 앞에는 두 개의 발자국이 남았다.
하나는 오래 살아온 사람의 것,
하나는 이제 막 다시 살아보려는 강아지의 것.
그 발자국은
멀리 가지 않았다.
그저 같은 방향을 향했을 뿐이다.
🌙 맺음말
그 새벽,
누가 누구를 구한 건지는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추운 날씨보다 더 차가운 건
혼자라는 감각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날,
그 감각은
조금 덜 추워졌다.
'겨울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겨울철 강아지들의 이야기 5편 - 겨울밤, 창문 너머를 지켜보던 강아지 (0) | 2026.02.22 |
|---|---|
| 강아지들의 따뜻한 이야기 3편 - 추운 날씨, 노령견의 작은 용기 (0) | 2026.01.29 |
| 강아지들의 따뜻한 이야기 2편 - 강아지가 길 잃은 아이를 집까지 안내한 이야기 (2) | 2026.01.13 |
| 강아지들의 따뜻한 이야기 1편 - 겨울을 함께 보내는 반려견 이야기 🌙 (1) | 2026.01.11 |
| 겨울철 반려견 실내 놀이 & 활동량 유지법 — 추워도 건강하게 움직이는 집 안 루틴 🐶 (0) | 2026.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