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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견종 A to Z〉 27편: 이집트·수단의 토종견 –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동행’ “개와 인간의 동행이 처음으로 역사에 새겨진 땅”나일강이 흐르는 이집트와 수단의 황톳빛 대지는, 인간과 개가 ‘함께 산다’는 개념이 처음으로 기록된 땅입니다. 이곳의 토종견들은 단순히 사냥이나 경비를 수행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일부로 가장 먼저 편입된 동행자였습니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사람들이 개와 함께 사냥하는 장면뿐 아니라 방 안에서 함께 거주하고, 주인의 침상 아래서 쉬는 모습까지 표현되어 있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이미 개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 곁에 자리를 부여받은 생명이었습니다. 문자도 없고 기록도 없던 시대, 개는 그저 자연 속을 떠돌았지만, 이집트 문명에 이르러서는 사람의 삶 속 한 주체로 등장합니다. 개가 인간 곁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개와 함께 살기로 선.. 2025. 10. 23.
명견(名犬)에 얽힌 스토리텔링: 가나 사바나 도그 – 떠나지 않는 위로 상실 이후에 남은 빈자리가나 북부의 사바나 지대는 계절마다 표정이 달라집니다. 우기가 끝난 직후에는 풀잎이 바람에 파도처럼 흔들리고, 건기가 닥치면 대지는 다시 황금빛 모래처럼 말라갑니다.이곳의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에 익숙했지만, 마음의 상실만큼은 결코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병원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었고,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가족은 그 작은 움막 안에서 그녀의 마지막 숨결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소년은 어느 누구에게도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을의 우물가 근처에 앉아 해가 질 때까지 부서지는 빛을 바라보곤 했습니다.동네 어른들이 다가와 등을 토닥여주어도, 아이들은 함께 놀자고 손을 잡아도, 소년의 눈빛은 늘 .. 2025. 10. 21.
명견(名犬)에 얽힌 스토리텔링: 세네갈 파리아 도그 – “마을이 기르는 개, 자유로 태어난 수호자” 주인 없는 땅을 지키는 개사헬 지대의 해가 지고, 별빛이 마을 지붕 위로 떨어질 즈음, 마을의 개들은 제 자리로 돌아옵니다. 어떤 개는 움막 옆에, 어떤 개는 마을 입구에, 또 어떤 개는 우물가 돌그늘에 몸을 말고 눕습니다. 이 개들은 누구의 소유도 아닙니다. 누군가 사 온 것도 아니고, 훈련받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을의 경계는 이들이 지킵니다.사람들이 자고 있는 동안, 그들은 그림자처럼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바람의 냄새와 발자국의 방향을 읽습니다. 이들은 세네갈 파리아 도그, 사람 곁에 있으나 사람의 소유가 아닌, ‘공동체와 함께 존재하는 개’입니다. “누구의 개도 아니지만, 모두의 개”서부 아프리카 전통 사회에서 개는 특정 개인의 재산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소유되는 존재가 아니라 .. 2025. 10. 21.
명견(名犬)에 얽힌 스토리텔링: 서부 아프리카 바산지 – “숲의 침묵 속에서 노래하던 개” 소리가 사라진 숲, 그리고 노래하는 개서부 아프리카 숲의 아침은 조용합니다. 새의 울음이 들리고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리지만,이곳에서는 개의 짖음이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 땅의 개들이 말 대신 ‘노래하는’ 개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 개를 오래전부터 “정글의 목소리”라고 불렀습니다.그들은 짖지 않지만, 자신만의 울음으로 세상과 이야기했습니다.어떤 날은 낮은 하울링처럼, 어떤 날은 짧은 멜로디처럼 — 그 소리는 마치 숲 속에 숨어 사는 영혼의 언어와도 같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바산지(Basenji)는 짖지 않는 이유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사실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숲이 낳은 사냥꾼’이었습니다. 사냥꾼이 아니라 ‘동행자’였던 개아득한 옛날, 콩고강 일대.. 2025. 10. 21.
〈강아지 견종 A to Z〉 26편: 서부 아프리카의 토종견 – 사막과 숲 사이의 생존 본능 태양과 먼지의 대륙, 그리고 ‘본능으로 사는 개들’서부 아프리카는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불분명한 땅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하라의 남단, 세네갈 강변의 사바나, 그리고 밀림이 시작되는 나이지리아의 남부 해안까지 — 이 지역의 토종견들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생존해온 견종들입니다.이들은 가축을 돌보거나, 마을을 지키거나, 때로는 가족처럼 함께 사는 존재이지만, 훈련도, 교배도, 품종 관리도 없이 자연 그 자체의 선택으로 살아남은 야생의 후예입니다. 서부 아프리카의 토종견들은 “강인함”보다 “적응력”으로 유명합니다. 낮에는 45도를 넘는 더위 속에서도, 밤에는 모래바람과 열대우림의 습기를 견디며, 사람 곁을 지켜온 그들의 모습은 “생존이 곧 본능”이라는 진리를 보여줍니다. 이번 편에서는.. 2025. 10. 17.
명견(名犬)에 얽힌 스토리텔링: 남아프리카의 토종견 콰아니(Qwaani) – 사막의 사냥꾼, 별빛 아래를 달리다 콰아니(Qwaani) – 사막의 사냥꾼, 별빛 아래를 달리다 칼라하리 사막의 밤은 고요하지만, 별빛은 세상의 모든 길을 비춥니다. 그 빛 아래를 따라 한 마리의 개가 움직입니다.모래 위를 가볍게 달리며, 바람의 냄새를 맡습니다.그의 이름은 콰아니(Qwaani). 사람들은 그를 “별빛을 따르는 사냥꾼”이라 부릅니다. 척박한 땅의 생존자보츠와나와 나미비아의 사막지대에서 콰아니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낮에는 불볕더위를 피하고, 밤이면 사냥을 돕습니다.그는 거친 환경 속에서 스스로 먹이를 찾고, 사람이 힘들 땐 물길을 인도했습니다. 콰아니는 자연이 선택한 생존자였습니다.체구는 작지만 근육질이며, 움직임은 가볍고 빠릅니다. 그의 귀는 사막의 바람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사.. 2025. 10. 15.